어제는 미용실에 가서 새해에 새출발하는 맘을 담아 머리를 깎았다. 미용사분께서 뭘 잘못 이해하셨는지, 감방에 막 출소해서 "새출발"하는 사람 머리를 만들어 놓으셨다. 안 그래도 그 전날 농구하다 이마를 긁혀서 수상한 얼굴이 되어버렸는데, 아주 어울리게 되어버렸다.
집안을 둘러보니 어수선하기 그지 없다. 내 맘 같다. 오늘 하루 정리를 좀 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새해의 마지막 날은 그러라고 있는 거니깐 말이다.
오늘 장에 가면 두부 한 모를 사와서 먹어야 겠다. 출소 기념으로.
Our lives are filled with seemingly small, but amazing stories. I am constantly trying to open my eyes and ears to discover them and am recording these findings with my personal stories on this blog.
Saturday, December 31, 2005
Friday, December 30, 2005
두부: Sell by 12/10/2005
12월이 끝나는 마당에 "Sell by 12/10/2005"라고 찍힌 두부를 냉장고 구석에서 발견하는 건 그닥 즐거운 일이 아니다. 평소 같으면 별 미련 없이 휴지통으로 들어갈 녀석이었는데, 보글거리고 눈앞에서 끓고 있는 김치찌개는 간절히 두부를 원하고 있어서 한 번 기회를 줘 보기로 했다. 칼로 포장을 오려내고, 냄새를 맡아는데 생각보다 싱싱하다. 구석을 살짝 깨물어 맛보아도 생각보다 고소할 뿐 시큼한 맛은 없다. 잠시동안 두부가 예상 수명보다 20일을 더 냉장고에서 보내면 어떤 일을 겪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조용히 두부를 썰어서 간절한 김치찌개에 넣어주었다. 새콤달콤한 김치찌개에 두부는 살을 섞었고, 룸메이트형은 맛나게 밥을 두 그릇이나 비벼서 먹어주셨다.
"Sell by 02/17/2006"
다음 생일이면 만으로 서른이 되는 나한테 붙은 유통기한 표시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년월일을 묻고, 나이를 계산하고, 유통기한을 표시해버린다. 하지만, 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포장을 뜯고, 냄새를 맡고, 내 맛을 볼까? 날 알까? 아직은 유통기한은 안지났으니 괜찮아... 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닥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 (곧 유통기한은 지나니까). 그보다는 냉장고에 온전히 단단한 비닐포장에 싸여 있는 나를 포장 뜯고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냉장고에서 구원해낸 두부처럼, 내 부드러운 살로 감싸줄텐데 말이다. 그리고, 나도 유통기한 표시는 덜 믿어야 겠다.
잘 끓여낸 김치찌개 속에 두부가 무척 자랑스러운 아침이었다.
"Sell by 02/17/2006"
다음 생일이면 만으로 서른이 되는 나한테 붙은 유통기한 표시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년월일을 묻고, 나이를 계산하고, 유통기한을 표시해버린다. 하지만, 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포장을 뜯고, 냄새를 맡고, 내 맛을 볼까? 날 알까? 아직은 유통기한은 안지났으니 괜찮아... 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닥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 (곧 유통기한은 지나니까). 그보다는 냉장고에 온전히 단단한 비닐포장에 싸여 있는 나를 포장 뜯고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냉장고에서 구원해낸 두부처럼, 내 부드러운 살로 감싸줄텐데 말이다. 그리고, 나도 유통기한 표시는 덜 믿어야 겠다.
잘 끓여낸 김치찌개 속에 두부가 무척 자랑스러운 아침이었다.
Thursday, December 29, 2005
Wednesday, December 28, 2005
Fantasy in Lights
Sunday, December 25, 2005
Saturday, December 24, 2005
Thursday, December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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